2025년 6월, 대구 달성군 소재 토지 지분을 낙찰받았습니다. 토지 위에는 건물이 있었습니다.
건물 소유자와 연락을 취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내용증명을 세 차례나 보냈고, 상대방이 이를 수령한 것도 확인했습니다. 혹시 몰라 우체통에 넣어두는 일반 편지도 보냈습니다. 심지어 현장을 방문했을 때는 연락을 바란다는 쪽지를 남기고 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은 끝내 연락을 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2025년 9월, 지료 상당의 부당이득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2025년 12월, 첫 변론기일이 잡혔습니다.
그런데 변론기일 하루 전날,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납득하기 어려웠던 이송결정
2025년 9월, 처음 소장을 제출한 후 약 3개월이 지난 2025년 12월 18일로 변론기일이 잡혔습니다. 피고가 소장부본을 직접 수령한 것도 확인되었지만, 별도의 답변서는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변론기일 하루 전날인 2025년 12월 17일, 재판부는 이 사건을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으로 이송한다는 결정을 내립니다. 원고와 피고 어느 쪽도 이송을 신청하지 않았지만, 재판부가 직권으로 이송결정을 한 것입니다.
이송결정 이유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이 사건 소송의 성질 및 내용, 부동산의 소재지, 피고의 주소지 등을 고려하여 민사소송법 제34조에 따라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원고 입장에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민사소송법 조문과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당시 재판부의 결정을 따져보았고, 관련 내용은 아래 글에서 별도로 정리했습니다.
※ 이송결정, 법원이 직권으로 할 수 있을까?
당시에는 이송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를 하는 방안도 검토했습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즉시항고를 하지 않고, 사건이 이송되는 흐름을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사건은 대전지방법원을 떠나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으로 넘어갔고, 다시 변론기일이 잡히기를 기다렸습니다.
첫 번째 변론기일|피고 불출석과 이송결정에 남은 의문
2026년 1월,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은 이송된 사건을 접수했고, 새 재판부가 배정되었습니다. 하지만 변론기일은 그로부터 약 3개월 뒤인 2026년 4월 29일로 지정되었습니다.
첫 번째 변론기일의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피고는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 재판부도 이 사건을 굳이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으로 이송할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보였습니다.
- 원고에게 청구취지 일부 내용의 수정을 권유했습니다.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의 재판 진행 분위기와 첫 번째 변론기일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 글에 별도로 정리했습니다.
※ 부당이득금 소송 변론기일 후기|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첫 재판 참석기
내심 첫 번째 변론기일에 판결까지 선고되기를 기대했습니다. 소액사건의 경우, 변론과 동시에 판결이 선고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다음 변론기일을 6월로 지정했습니다.
두 번째 변론기일|예상 밖의 피고 출석과 청구취지 인정
2026년 6월 10일, 두 번째 변론기일은 오후 3시로 잡혔습니다.
대전역에서 오전 기차를 타고 서대구역에 도착했습니다. 재판 시간까지는 시간이 꽤 남아 있었기 때문에, 법원에서 도보로 20분 거리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다른 업무를 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점심은 참치 샌드위치와 캐모마일 한 잔으로 해결했습니다.
오늘도 피고는 안 왔겠지
법원에는 재판 시간보다 약 1시간 일찍 도착했습니다. 법정 앞 복도 의자에 앉아 사건 진행을 기다리면서, 이날 재판이 어떻게 진행될지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피고가 출석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피고는 소장부본을 직접 수령했지만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첫 번째 변론기일에도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한다면, 최초 소장에서 청구한 지료 상당의 부당이득금이 그대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승소 판결을 받은 이후의 절차도 머릿속으로 가늠해보았습니다. 소송비용액확정 신청, 재산명시, 압류 등 후속 절차를 어떻게 진행할지까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오후 3시가 되기 약 20분 전, 법정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방청석에 앉아 앞선 사건들이 진행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법정 안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도, 피고는 안 왔겠지?
피고 측 자리에 앉은 남성
그런데 피고석 부근에 앉아 있는 50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혹시 피고일까?”
하지만 곧 다른 사건번호가 호명되었고, 그 남성은 원고 측 자리에 앉아 변론을 진행했습니다. 피고는 아니었습니다.
그 뒤로도 몇 개의 사건이 더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당사의 사건번호와 상호가 호명되었습니다. 원고 측 자리에 착석했고, 피고 측 자리에는 아무도 앉지 않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1~2초 뒤, 갑자기 한 남성이 피고 측 자리에 앉았습니다.
순간 놀랐습니다. 재판부도 놀란 눈치입니다.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법정에서는 원고 측과 피고 측 자리에 앉으면 신분증 확인 절차가 진행됩니다. 신분증을 법정 내 장비에 올려두면, 모니터를 통해 본인 확인이 이루어지는 방식입니다. 당사도 피고의 신분증을 보았습니다. 피고가 맞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에게 그동안 왜 대응하지 않았는지 물었습니다. 잠시 정적이 흐릅니다.
피고는 장기간 타지에 있어 재판에 올 수 없었다고 짧게 답했습니다.
이의 없습니다, 동의합니다.
당사는 이날 판결 선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피고가 출석한 이상,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피고가 원고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한다면, 지료 산정 기준이나 부당이득금 계산 방식에 대해 추가 심리가 이어질 수도 있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에게 원고의 청구취지에 대해 할 말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피고는 이의가 없다고 답합니다.
재판부는 피고에게 원고의 청구취지에 동의하는 것이냐고 재차 물었습니다.
피고는 동의한다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결국 재판부는 그 자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법정 밖에서 시작된 매매 협의
법원 밖에서 처음 나눈 대화
재판이 끝난 뒤, 피고와 법원 밖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처음 대화가 시작된 곳은 법원 흡연부스입니다. 이후 근처 커피숍으로 이동하는 길에도 이야기가 이어졌고, 커피숍 안에서 본격적인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흡연부스에서 한 번, 커피숍으로 가는 길에 한 번, 커피숍 앞에서 한 번. 짧은 시간 동안 담배 세 개비가 타는 사이, 소송으로만 보이던 사건은 조금씩 협의의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당사는 피고가 계속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내용증명을 보냈고, 일반 편지도 보냈고, 현장에 쪽지도 남겼지만 연락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피고가 사건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피고도 알고 있었던 경매 진행 상황
피고는 경매 진행 상황을 알고 있었습니다.
해당 물건이 경매로 나왔을 때 직접 입찰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법무사에게 조언을 받은 적도 있었고, 3회차에 입찰하려고 생각했지만, 결국 2회차에 당사가 단독으로 낙찰을 받아버린 것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화가 많이 났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이 사건을 피고 입장에서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원고 입장에서는 낙찰 이후 연락을 시도했지만, 상대방이 계속 무대응으로 나온 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피고 입장에서는 상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어떻게든 정리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못한 사건이었던 것으로 보였습니다.
피고가 불편해한 부분 중 하나는 법원 서류 송달이었습니다.
집으로 계속 등기우편이 오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했습니다. 좋은 일도 아닌데, 주변 사람이 법원 서류가 오가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도 신경 쓰인다고 했습니다.
소송을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송달이 절차의 일부입니다. 소장이 송달되어야 하고, 변론기일통지서가 송달되어야 하며, 판결문도 송달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상대방 입장에서는 그 자체가 상당한 압박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부당이득금에서 매매 협의로
대화는 자연스럽게 매매 가능성으로 이어졌습니다.
피고는 매월 발생하는 지료 상당의 부당이득금을 언제까지 지급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당사 입장에서는 피고의 점유가 계속되는 한 부당이득금 문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설명했습니다.
다만 매매 협의가 이루어진다면, 이미 발생한 부당이득금 채권을 매매 조건에 반영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고 안내했습니다. 빨리 정리할수록 피고 입장에서도 매매 조건을 협의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는 점도 설명했습니다.
가격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피고는 감정가 전액을 그대로 지급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반면 원고 입장에서는 경매 낙찰가만을 기준으로 매각할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낙찰가, 감정가, 이미 발생한 부당이득금, 향후 분쟁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협의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날 구체적인 금액을 확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우선 감정가와 낙찰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보내고, 내부 검토를 거쳐 다시 연락하기로 했습니다.
문자로 이어가기로 한 협의
피고는 카카오톡은 사용하지 않지만, 문자메시지는 확인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사진도 문자로 보내면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연락처를 저장하고, 이후 자료를 문자로 보내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이날 대화의 의미는 분명했습니다.
법정 안에서는 부당이득금 청구가 원고 승소로 정리되었습니다. 하지만 법정 밖에서는 사건을 다른 방식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전개입니다.
소송은 판결을 받기 위한 절차입니다. 그러나 실전에서는 판결만으로 모든 문제가 끝나지 않습니다. 토지와 건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리할지, 이미 발생한 부당이득금을 어떻게 반영할지, 상대방이 실제로 매수할 의사가 있는지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날의 대화는 당사의 사건 처리 방향에 계획에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판결 이후 강제집행으로 넘어갈 수도 있었던 사건이, 매매 협의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이었습니다.
향후 계획|협의가 먼저, 집행은 그다음
피고를 만나기 전, 당초 계획은 단순했습니다.
부당이득금 청구 소송에서 판결을 받은 뒤 후속 절차를 밟을 생각이었습니다. 승소 판결이 확정되면 소송비용액확정 신청을 통해 소송비용을 정리하고, 이후 재산명시 신청, 채무불이행자명부등재 신청, 채권압류, 차량 압류 등 강제집행 절차를 고려했습니다.
특히 이 사건은 단순히 과거에 발생한 부당이득금만 문제 되는 사건이 아닙니다. 피고 측 건물이 당사 토지 위에 계속 존재하는 한, 지료 상당의 부당이득금이 계속 발생합니다. 판결을 통해 기본적인 권리관계가 정리된 이상, 당사 입장에서는 후속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명분도 생긴 셈입니다.
하지만 두 번째 변론기일 이후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예상과 달리 피고가 법정에 출석했고, 원고의 청구취지를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재판이 끝난 뒤에는 법정 밖에서 직접 대화를 나누며 매매 가능성까지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납득하기 어려웠던 이송결정이 결과적으로는 전화위복이 된 셈입니다.
그래서 당장은 강제집행보다 매매 협의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토지와 건물의 관계가 계속 얽혀 있는 상황에서는, 판결을 받고 강제집행 절차로 넘어가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은 아닙니다. 상대방에게 매수 의사가 있고, 가격 조건이 현실적인 범위에서 맞춰진다면 매매를 통해 사건을 정리하는 것이 더 빠르고 실익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협의가 반드시 성사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가격 차이가 좁혀지지 않거나, 피고가 다시 연락을 피하거나, 실제 자금 마련이 어렵다면 협의는 중단될 수 있습니다. 그 경우에는 다시 판결에 따른 후속 절차로 돌아가면 됩니다.
이번 사건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닙니다.
다만 분명한 변화는 있었습니다. 법정 안에서는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고, 법정 밖에서는 매매 협의의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지금은 그 가능성을 먼저 확인해볼 차례입니다.
협의가 먼저이고, 집행은 그다음입니다.





